콘텐츠 바로가기

kbc8시뉴스

목록

[탐사]'만지고 껴안고' 수업 빙자한 성추행..입 막는 대학

2018-01-14 | 이형길

【 앵커멘트 】
탐사보도 뉴스 인입니다.

오늘은 잊혀질 만하면 터지는 대학 내 성폭력 사건을 집중 취재했습니다.

광주여대 한 학과에서 교수에 의해 저질러진
성추행 사건인데요. 확인된 피해 학생만 20명이 넘습니다.

먼저 어떤 일이 있었는지 탐사보도팀 정의진 기자가 피해 학생들을 만나봤습니다.

【 기자 】
2016년 2학기, 실습 수업을 앞둔 어느 날.

광주여대 물리치료학과에 다니던 2학년 A씨는 같은 과 선배들로부터 이상한 이야길 듣습니다.

▶ 싱크 : 피해 학생A
- "그냥 그 수업한다고 했을 때 선배들이 니 이제 교수가 가슴 만지고 거기 만진다, 정말 하기 싫을 거라고"

농담인 줄 알았던 선배들의 말은, 곧 현실이 됐습니다.

▶ 싱크 : 피해 학생A
- "생식기 쪽 주위에 근육 만질 때, 그런 데 촉진할 때도 있고…그리고 쉬는 시간에 한 학생이 앉아있었는데 갑자기 와서 안더니, 왜 너는 날 안 안아주냐는 식으로"

강제 추행은 실습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수많은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버젓이 계속됐고, 쉬는 시간에도 이어졌습니다.

경찰과 학교에 제출된 피해 학생 진술서 요약본입니다.

엎드려 있는 학생의 엉덩이를 만지고//

학생 바지 안으로 손을 넣어 윗옷을 정리하고//

학생의 다리를 강제로 벌리게 했다고 적혀있습니다//

▶ 싱크 : 피해 학생B
- "다른 교수님들은 얘가 불쾌감을 느낄 수 있으니까 이렇게 접근해야 한다 설명을 하는데, 교수님은 아무렇지 않게 다리를 벌려서 이렇게 만지니까."


피해를 당한 학생도, 이 모습을 지켜본 학생도, 잊을 수 없는 수치심과 모멸감을 느꼈다고 말합니다//

▶ 싱크 : 피해 학생C
- "그렇게 애들을 만져도 되나, 교수라는 이유에서. 그렇게 만져도 되나. 전 나였으면, 기분이 불쾌했겠다, 이런 생각을 했죠."

경찰에 피해를 진술한 학생만 20여 명.

상처만 남긴 채 묻힐 뻔 했던 이번 사건은 지난해 2월, 누군가 익명으로 국민신문고에 제보하면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경찰과 검찰의 9개월간 수사 끝에 현재 해당 교수는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강제 추행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앞두고 있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해당 교수는 인터뷰는 거부하면서 수업 중 일어난 일은 성추행 의도가 없었고, 수업 외의 일들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 스탠딩 : 정의진
문제가 불거지고 10개월이 지난 지금, 성추행 피해를 호소했던 학생 20여 명 가운데 대부분은 가해 교수 측과 합의했습니다.

해당 교수가 성추행을 한 적이 없고 처벌도 원하지 않는다는 데 서명을 한 겁니다.

누가, 무엇이 이 학생들의 마음을 바꿔놨을까요.

이어서 이형길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서명한 한 피해 학생.

두려움 때문이었다고 이야기합니다.

▶ 싱크 : 피해 학생D
- "빨리 끝내고 싶고 이 상황에서 전 벗어나고 싶거든요 연락도 안하고 싶고 연락오는 것도 안받고 싶고"

합의를 주도한 사람은 다름 아닌 가해 교수의 딸로 학과 선배이자 전 행정조교입니다.

학생들은 합의 요구가 강압적으로 느껴졌다고 말합니다.

▶ 싱크 : 피해 학생E
- "협박처럼 들렸거든요 합의서를 써주면 법원에 안가고 합의서를 안쓰면 너희는 꼭 가야된다"

학생들은 문제가 불거질 때부터 가해 교수 측의 사건 은폐 시도에 시달려야했습니다.

사건이 처음 국민신문고에 올라온 지난해 2월.

가해 교수는 학생 대표에게 새 학기 강의에 지장이 없게 신문고 제보가 사실이 아니라는 서명을 학생들에게 받으라고 지시했습니다.

▶ 싱크 : 피해 학생
- "3월 2일에 개강을 했을 때 나는 수업을 해야되는 그런 상황까지 돼야된다라고 말씀을 하셨기 때문에 3월 1일에도 학교에 나와서 밤 12시까지 남아서 어떻게 해야되지.."

신고자 색출 작업도 학생들을 공포로 몰아넣었습니다.

가해 교수 측에서 신고자로 지목한 학생에게 다른 교수가 접근해 신고 철회를 요구하기까지
했습니다.

그 학생은 자신이 신고자가 아니라며 개인 정보를 공개하는 곤욕을 치러야 했습니다.

▶ 싱크 : 피해 학생F
- "국민신문고 들어가니까 공인인증서가 필요하더라고요 사진 동영상 다 찍어서 입력하는 거 해서 제가 아니라는 거 보여줬어요"

또 다른 교수는 수업 중간에 가해 교수 딸이 피해 학생들을 불러내는 것을 방관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불려나갔던 학생들은 대부분 합의서에 서명을 했습니다.

▶ 싱크 : 대학 측 관계자
- "같은 교수 동료 입장에서 가능하면 재판상에 유리한 부분을 작용하게 끔 할 수 있겠죠 (학교에서) 이것은 안된다고 이야기를 했었고"

피해 학생들을 위해 국가가 선임해 준 변호인의 태도도 석연치 않았습니다.

따로 피해자들을 만나보지도 않았고, 취재진의 연락 전까지 재판 날짜조차 모르고 있었습니다.

▶ 스탠딩 : 이형길
두려움에 떨던 일부 학생은 보복하지 않겠다는 가해자 측의 서면 약속을 받고 합의서에 서명하기도 했습니다.

학교도 교수도 사회도, 피해 학생들의 두려움과 공포를 감싸주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kbc 이형길입니다.//

<저작권자⒞ kbc 광주방송,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