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열받으면
전혜린
등록일 2025-04-14 22: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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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38
주말에 남편이랑 오랜만에 등산을 갔습니다.
남편은 배가 좀 나오더니 체력이 예전 같지 않더라고요.
한참 오르막에서 헉헉대고 말도 없이 올라갔습니다.
그래도 저는 옆에서 열심히 분위기 띄웠어요.
여기 봐봐~ 대나무 터널 너무 예쁘지?
바위 미끄러우니까 조심해.
무거우니까 물은 내가 들게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며 텐션 올리며 갔는데…
남편의 대답은?
응.
어.
그래.
이후로는 무음 모드.
정적 속에서 걷다가 제가 진달래 만발한 언덕에서 텐션 올리면서
너무 예쁘다! 진달래 봐봐!! 완전 그림 같아
남편은 그 와중에도,
응
끝.
심지어 사진 찍어준다해도 무표정.
힘들면 하산할까? 물으니
근데 그건 또 아니래요. 더 올라가재요.
산 봉우리 올라서니 와~ 정말 멋지더라고요.
바람은 선선하고, 저 멀리 바다까지 쫙 펼쳐지는데, 제가 감탄을 막 쏟아내는 와중에 남편이 입을 뗍니다.
저기가… 바다인가 보네.
끝.
그 순간!
참았던 것들이 다 쏟아져 나왔습니다.
사람이 산에 왔으면, 풍경 보면 감탄도 좀 하고, ‘
와 멋지다, 좋다, 예쁘다’ 이런 말 좀 해야 되는 거 아니야?”
힘들게 데려온 사람 생각도 좀 하고
산에 대한 예의도 좀 지키고!!
남편은
힘들어서 그래. 변명합니다.
누군 안 힘들어? 억지로 끌고 왔냐? 같이 오자고 했으면 즐길 마음가짐도 가져야 되는 거 아니냐!!
그렇게 저는 산봉우리에서 남편을 참교육 시켰습니다.
하산길에는
사람 쉽게 변하지 않지요.
그래도 좀 노력은 하더라고요
아이고 산에서 힐링하려다 스트레스만 받았습니다
그래도 산은 멋지고 남편은 웬수 같고
남편이 데려가줘서 고맙다고 하니
잘 해면 데려간다고 했습니다.
로또 같은 남편인데 노래취향은 비슷합니다.
둘다 원곡을 더 좋아합니다
중식이밴드 나는 반딧불
전남 화순군 화순읍 칠충로 141-7 힐스테이트 103-2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