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학주 시집 '사람', 36년만 복간.."'사람'으로 남기 위해"

등록일자 2024-02-23 09:44:40
황학주 시집 '사람' 36년만에 복간
1980년대에 쓰여진 시편들 재구성해
젊은 날 시적 감성 느끼는 작품 묶어
"시대 의식 깨쳐 시대의 핏줄 돼야"
황학주 시인의 첫시집 '사람'이 36년만에 복간되면서 독자들의 눈길을 끈다. 사진 : 시집 표지


"시대의 핏물이여 …중략… 보았던 사람들의 아픔과 공력과 성의는 어디로 갔는가 / 이유를 모르는 이유들과 시대의 유속은 거칠고 …후략… 5월은 반드시 팔랑이는 잎사귀를 붙이고 다른 5월로 / 윤작하는 농부를 찾아와야 한다"(황학주의 시 '사람' 일부)

다시 시대가 광풍에 휩싸인 듯 어지럽습니다.

군부 독재도 물러가고 민주화 투쟁의 목소리도 잦아들었는데 세상은 변함없이 시끄럽습니다.

이런 혼란의 시기에는 다시 '시대의식을 가진 사람'에게 눈길이 갑니다.

귀도 열리고 발걸음도 향하게 됩니다.

'시대의 핏줄'을 노래한 광주광역시 출신 황학주 시인의 시 '사람'이 다시 떠오릅니다.

황학주 시인이 대표 시 '사람'에서 바라본 '사람'이 독재 정권에 저항할 줄 아는 사람이었든 아니든, 이 시에는 시대를 바라보는 높은 의식이 흐르고 있음을 봅니다.

이런 시대적 외침을 반영한 듯 황학주 시인의 시집 '사람'(문학동네포에지 84권)의 개정판이 새롭게 출간되면서, 독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이 시집은 1987년 청하에서 출간한 첫 시집 '사람'을 36년 만에 복간한 겁니다.

황학주 시인의 첫 시집이 개정판으로 나온 것으로, 이로써 11번째 시집에 해당합니다.

1980년부터 1987년까지 쓰여진 시편들을 간추려 재구성했습니다.

제1부는 '동편에'라는 소주제로, 제2부는 '커브'라는 소주제로 각각 1986년과 1987년 사이 쓰여진 시편들을 모았습니다.

3부는 '금곡댁의 하늘'이라는 소주제로 1, 2부에 1년 앞선 1985년과 1986년 사이 쓰여진 시편들을 소개합니다.

제4부는 '하류'라는 소주제로 1980년부터 1984년까지 쓰여진 시편들로 구성됐습니다.

극도의 감성적 시심과 언어를 풀어낸 황학주 시인의 젊은 날 솟구쳤던 시적 방향을 다시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 한데 묶여 있습니다.

"소총 가늠쇠를 받치고 / 갈 길은 다시 희끗희끗 영을 돌고 / 월유봉 밑에 기다리는 사람은 정말 슬픈 사람이다"고 읊은 시 '떠돌이여'에서 보듯 진물 철철 나는 상처의 자국을 훑어 보는 듯한 감흥을 이번 시집에서도 느껴 볼 수 있습니다.

황학주 시인은 작가의 말을 통해 "35년이 지나 다시 세상에 나오는 나의 첫 시집이 요즘 시 읽는 이들에게 새삼 줄 수 있는 작은 의미라도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나는 계속 시를 쓰며 내가 주목하는 곳을 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나는 '사람'으로 남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여러 시편이 처음 시집에서 부분적으로 퇴고돼 있어 이 시집에 실린 시를 정본으로 삼는다"고 덧붙였습니다.

1987년 시집 '사람'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한 황학주 시인은 시집 '내가 드디어 하나님보다', '갈 수 없는 쓸쓸함', '늦게 가는 것으로 길을 삼는다', '너무나 얇은 생의 담요', '루시', '저녁의 연인들', '노랑꼬리 연', '모월모일의 별자리', '사랑할 때와 죽을 때', '사랑은 살려달라고 하는 일 아니겠나' 등을 출간했습니다.

서울문학대상과 문학청춘작품상, 서정시학작품상, 애지문학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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