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돋보기]'가난한 예술가들의 성지' 광주 발산마을 '뽕뽕브릿지'[上]

등록일자 2024-02-24 14:00:01
비어있던 가구 보관창고 개조해 창작공간으로 활용
2014년 공공미술 진행하며 정착, 올해 10년째 맞아
일본 코가네초와 매년 레지던시 교환 '한일교류 거점'
"옛 방직공장 여공들의 삶터에서 예술 실험 장소로.."

▲가구 보관창고를 개조해 창작공간으로 만든 발산마을 '뽕뽕브릿지' 전경 사진 : 필자


광주광역시의 관문 광천동 버스터미널 '유스퀘어'에서 양동시장 방향으로 광주천변을 따라 걷다보면 일명 달동네로 불리는 발산마을이 있습니다.

1970년대 전방·일신방직공장 여공들이 집단으로 거주했던 곳이자, 런던올림픽 체조 금메달리스트 양학선 선수가 살았던 곳입니다.

언덕진 골목길을 따라 낡고 허름한 주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이곳에는 독특한 미술관이 10년째 둥지를 틀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비어있던 100평 규모의 가구 보관창고를 개조해 창작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뽕뽕브릿지'입니다.

'뽕뽕브릿지'는 과거 방직공장과 발산마을 사이 광주천에 놓였던 '뽕뽕다리'에서 이름을 땄습니다.

◇ 저렴한 임대료·조용한 분위기, 예술활동 적합

2층 구조로 된 이 공간은 2014년 '발산마을 프로젝트(Project B)'를 진행했던 신호윤, 최윤미 작가가 꾸민 미술관입니다.

두 사람은 조선대에서 조각을 전공하고 여러 예술 현장에서 전시 기획 및 예술교육 활동을 해왔습니다.

'뽕뽕브릿지' 대표인 신호윤 작가는 당시 대인예술시장에 작업실이 있었지만, 임대료 상승 등 여러 문제에 부딪혀 임대료도 저렴하고 조용한 이곳 발산마을에 정착하게 됐습니다.

또한 발산마을은 광주천 건너 산업유산인 방직공장 터가 남아 있고, 시립미술관과 아시아문화전당과도 가까워 예술가들이 함께 정착해서 예술활동을 펼치기 좋은 곳이라 생각했습니다.

▲'뽕뽕브릿지'의 활동에 대해 설명하는 최윤미 작가 사진 : 필자

신호윤, 최윤미 작가를 비롯해 강동호, 구헌주, 박상현, 백상옥, 양재영, 이성웅, 전준모 등 조각가들은 2014년 '별이 뜨는 발산마을'이라는 주제로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이들은 주민들의 삶을 소재로 한 갖가지 조형물을 설치해 주름지고 칙칙한 마을 분위기를 화사하게 만들었습니다.

이어 2015년에는 '별별잡기'를 주제로 마을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해 마을 내 별별전망대, 우주인 등 여러 공공미술 작품들을 선보이며 발산마을을 전국적인 핫플레이스로 바꿔놓았습니다.

이 가운데 마을 가장 높은 곳에 세워진 '별집' 전망대는 별이 떨어져 땅에 박혀 있는 모양의 대형설치작품으로 마을의 꿈과 희망을 빛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 발산마을, 전국 '핫플레이스'로 탈바꿈

같은 해 11월 '발산 3부작'이라는 뽕뽕브릿지 개관전을 열면서 본격적으로 예술공간을 운영하게 됐습니다.

뽕뽕브릿지는 예술가들의 예술 실험 장소로서 작품 제작부터 전시까지 한 장소에서 모두 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미술관이나 전시장에서 쉽게 전시할 수 없었던 젊은 지역작가들에게는 매우 소중한 공간입니다.

▲2022년 유지원 작가의 개인전 작품 '공간의 구조화-폐허의 미학(1)' 사진 : 뽕뽕브릿지

더불어, 지역 예술인들의 해외 활동 지원사업을 꾸준히 해오고 있는데 일본 코가네초와 교류협력이 대표적입니다.

당시 광주 1세대 대안공간인 대인시장의 '미테-우그로'와 교류하고 있던 일본 코가네초 에이리어 매니지먼트 센터(이하 KAMC)는 '미테-우그로’의 지원금 확보가 어려워지자 뽕뽕브릿지와 손을 잡게 됐습니다.

그리고 첫 교환레지던스로 광주의 이세현 사진 작가가 일본 레지던시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이세현 작가는 당시 첫 해외레지던스였으나 다양한 장소에서 자신의 작업을 쌓아왔고 이후 시립미술관 국제레지던시 등 국제경험을 쌓아 2023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초청되기도 했습니다.

KAMC는 해마다 일본 작가들을 광주로 파견하고 연 1회 광주를 방문해 지역 예술인들을 위한 워크숍을 진행하는 등 지속적인 교류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 광주천 등 지리적 환경, 日 코가네쵸와 닮아

'뽕뽕브릿지' 큐레이터인 최윤미 작가는 "KAMC 대표인 신고 야마노 씨가 발산마을을 처음 둘러본 후 오래된 마을의 정취, 방직공장과 함께 해온 지역의 역사, 광주천을 끼고 있는 지리적 환경이 코가네쵸와 닮은 점에 매력을 느꼈다"고 교류 배경을 소개했습니다.

아울러 "예술가의 창작환경을 지원하는 뽕뽕브릿지의 성격이 KAMC와 맥을 같이 하고 있어 한일관계가 악화되는 시기에도 교류를 지속해올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발산마을의 일원으로서 지역주민들과 소통하는 장면 사진 : 뽕뽕브릿지

이밖에 뽕뽕브릿지는 발산마을의 일원으로서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소통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발산마을에 입주해 있는 문화 및 예술 청년단체들은 모두 주민협의체와 광주 서구청 간 3자협약을 맺고 마을 활성화와 예술활동을 목적으로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최윤미 작가는 "행정적 협약에서 그치지 않고 인근 주민들과 수시로 소통하며 주민으로서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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