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별·이]'소설 쓰다가 문화재에 끌렸다' 화순군청 심홍섭 학예사

등록일자 2024-03-02 10:00:01
무등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 한 때 화가의 꿈도
문화재전문위원 25년, 수 많은 '향토문화재' 발굴
화순탄광에 애착, 일본 고물상 뒤져 관련자료 수집
'남도인 별난 이야기(남·별·이)'는 남도 땅에 뿌리 내린 한 떨기 들꽃처럼 소박하지만 향기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여기에는 남다른 끼와 열정으로, 이웃과 사회에 선한 기운을 불어넣는 광주·전남 사람들의 황톳빛 이야기가 채워질 것입니다. <편집자 주>

▲화순군청 문화재전문위원으로 25년째 근무하고 있는 심홍섭 학예사. 사진 : 필자

지역소멸의 시대, 시나브로 마을이 사라지는 현실 속에 조상의 숨결이 깃든 '옛것'을 지키기 위해 분주하게 뛰는 사람이 있습니다.

전남 화순군청 문화재전문위원으로 25년째 근무하고 있는 59살 심홍섭 학예사가 그 주인공입니다.

그는 날마다 관내 마을을 순회하며 문화재를 지키고 관리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화순군은 천불천탑으로 유명한 운주사를 비롯 세계문화유산 고인돌공원, 국보와 보물이 있는 쌍봉사 등 수많은 유형문화재가 산재해 있습니다.

또한 한천농악을 비롯 우봉들소리, 도장리 밭노래, 내평리 길쌈노래, 쌍봉 당산제 등 곳곳마다 전승해오고 있는 무형문화재가 수두룩합니다.

◇ 미술사학 석·박사

이렇듯 수많은 유·무형의 문화재가 심홍섭 학예사의 관심과 손길에 의해 소중한 유산으로 보존되고 있습니다.

그가 문화재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아주 우연한 일이었습니다.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그는 한 때 소설가를 꿈꾸던 문학도였습니다.

실제로 무등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당선된 바 있습니다.

또한 그림 그리기에도 소질이 있어 화가가 되고자 하는 소망을 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1992년 대학 졸업 후 서울시 시정개발연구원에 근무하면서 문화재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그리고 전남대 대학원에 진학해 미술사학을 공부하며 석·박사 학위를 취득, 전문성을 쌓았습니다.

▲심홍섭 학예사의 손길을 거쳐 제작된 '화순군 금석문 누정현판탁본'과 '화순군의 금석문 탁본자료 집성'. 사진 : 필자

1999년 화순군 문화재전문위원으로 임용돼 농촌마을 구석구석을 누비며 보석같은 문화재를 찾아 나섰습니다.

특히 농민들의 애환이 서려 있고 마을주민의 집단적 공동체 정신이 녹아 있는 무형문화재에 애착을 갖게 됐습니다.

그동안 군 지정 향토문화유산 13건을 지정했으며, 이 가운데 한천농악, 우봉들소리, 도장리밭노래, 가야금산조, 판소리 등 5건은 전남도지정 문화재로 건의했습니다.

그는 "피폐해지고 노령화되어 가는 농촌사회를 직접 목격하면서 무형문화재들이 사라져갈 위기에 처한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그는 일찍이 화순탄광에 대한 문화적 가치에 크게 주목하고 관련 자료들을 수집해왔습니다.

화순탄광은 국내 1호 석탄광산인데다 농촌마을과 가까워 생활사 측면에서 중요한 연구대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마을 조사 때 광부생활을 한 주민들로부터 건강기록부, 월급봉투 등을 확보하는가 하면, 일본 교토 고물상을 뒤져 '화순탄광 조사보고서'를 찾아내는 열정을 발휘했습니다.

지난해 6월 화순탄광이 폐광되는 날에는 '탄광 문화제'를 제안해 종사자들과 주민이 석별의 정을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 마을주민의 삶과 이야기 묶어서 책 펴내

그리고 올해 초 그간 수집한 문헌자료를 바탕으로 화순탄광을 국내 1호 국가지정문화재로 등재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국내에서 탄광이 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사례가 없어 만일 지정된다면 획기적인 사례가 될 전망입니다.

다행스럽게도 화순탄광은 갱도와 채탄시설, 화순역과 연결되는 복암선 철길이 온전하게 보존돼 있어 100여 년의 탄광 역사를 생생히 품고 있습니다.

그는 업무상 마을주민들과 자주 만나게 되는데 정이 깊이 들어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돈독한 관계가 됐습니다.

▲2023년 지역출판인협회 대상을 수상한 '산골이야기' 책 표지. 사진 : 필자

이러한 마을주민의 삶과 이야기를 묶어서 여러 권의 책을 펴냈습니다.

그동안 출간한 책으로는 '화순의 자랑거리', '화순의 누정기행', '화순의 마을과 사람들', 그리고 '산골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가운데 '산골이야기' 책은 2023년 지역출판인협회 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습니다.

머잖아 정년을 앞두고 있는 그는 자신이 떠난 후 빈 자리를 누가 채워줄지 걱정이 많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학예직(문화재 업무)에 별로 흥미가 없는 것 같아요. 몇 달을 버티지 못하고 떠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죠. 지역에 대한 애착이 약해서 그런 것 같아요"라며 소회를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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