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덕비 돌덩이일까, 보물일까”…지자체마다 관리실태 천차만별

등록일자 2024-03-01 14:21:44
일부 시군, “사유재산, 관리대상 아니다” 훼손 방치
화순군 “소중한 문화유산” 탑본과 해설 곁들인 자료집 발간
전문가 “비등록 문화재이더라도 보존할 가치 있다” 주장
▲1956년 화순탄광 뒷산에 세워진 박경환 선적비. 6.25 전쟁 중 탄광을 수호한 공로로 추정된다. 사진=필자


지역사회에 귀감이 된 인물을 추앙하기 위해 세워진 공덕비가 도시개발과 도로개설 등으로 훼손되고 망실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공덕비는 옛 역사와 문화를 생생히 전해주는 금석문으로 그 시대의 증표이자 지역의 정체성을 내포하고 있어 향토문화유산으로서 보존할 가치가 있습니다.

하지만 행정당국은 이들 공덕비가 문화재가 아닌 사유재산이라는 이유로 연구조사마저 이뤄지지 않은 채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또한 지자체마다 관리방식이 천차만별이어서 문화재청 차원에서 종합적인 자원 조사와 더불어 체계적인 보존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광주 관내 농촌지역에는 아직도 많은 공덕비가 산재해 있으나 실태파악조차 되지 않은 채 시나브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광주 한 자치구의 경우 일제강점기와 광복 전후에 걸쳐 수리시설 확충과 학교설립 등 지역발전에 많은 공적을 남긴 지역유지의 공덕비가 철거 후 폐기된 사례가 있었습니다.

지난해 땅 주인이 비석 이전을 요구하자 마땅히 세울 곳을 찾지 못한 후손들이 철거 후 폐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당 구청 담당자는 “모든 문화재는 소유자 관리가 원칙이며, 공덕비의 경우 사유재산이어서 행정기관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화순군이 관내 비석 비문을 조사, 출간한 ‘화순의 금석문 탑본자료 집성’. 사진=필자


이에 반해 전남 화순군은 1980년 이전에 세워진 비석 등 금석문 전반에 대해 일제조사를 실시해 비문 탑본과 해설을 곁들인 자료집 ‘화순의 금석문 탑본자료 집성’(2019년)을 발간해 대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장학사업과 구휼사업 등 오블리스 노블리제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공덕비도 다수 포함돼 있습니다.

화순군 관계자는 “국보와 보물 등 지정문화재만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도로변에 방치된 오래된 고비(古碑)의 비문, 바위에 새겨진 글자 한 마디가 화순의 역사와 전통문화를 복원하고 계승하는데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조광철 광주역사민속박물관 학예연구실장도 “공덕비는 그 시대를 증거 하는 동시에 지역의 정체성을 내포하고 있는 만큼 비등록 문화재이더라도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따라서 문화재청이 공덕비 등 근·현대 시기에 세워진 금석문에 대해 전수조사와 더불어 체계적인 관리방안을 마련하는 조치가 필요합니다.

#공덕비 #탑본 #문화재 #화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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