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대중지 더선이 14일 한국 대표팀 내 심각한 불협화음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보도를 했습니다.
더선 보도와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해 보면, 사건은 아시안컵 요르단전 바로 전날인 현지시간으로 5일 저녁 식사시간에 일어났습니다.
대표팀은 경기 전날 '원팀'임을 확인하는 저녁 자리를 가졌습니다.
그런데 이날 이강인(파리 생제르맹)과 설영우(울산), 정우영(슈투트가르트) 등 대표팀에서 어린 축에 속하는 선수들 몇몇이 저녁 식사를 별도로 일찍 마쳤습니다.
그러고는 탁구를 치러 갔습니다.
'이건 아니다' 싶었던 주장 손흥민(토트넘)이 제지하려 했지만, 이들은 좀처럼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격분한 손흥민이 이강인의 멱살을 잡았고 이강인은 주먹질로 맞대응했습니다.
다른 선수들이 둘을 떼놓는 과정에서 손흥민의 손가락이 탈구되고 말았습니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대회 기간에 선수들이 다툼을 벌였다는 보고를 받았다"라며 "일부 어린 선수들이 탁구를 치러 가려는 과정에서 손흥민과 마찰이 있었고, 이 과정에서 손흥민이 손가락을 다쳤다"고 설명했습니다.
이후 고참급 선수들은 클린스만 감독을 찾아가 요르단전에 이강인을 제외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클린스만 감독은 이강인을 제외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강인과 손흥민 등 고참 선수들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던 터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탁구 사건'이 두 선수의 감정을 폭발시킨 것으로 보입니다.
요르단전은 이런 심각한 갈등 속에서 킥오프 됐습니다.
손흥민과 이강인은 앞선 조별리그 3경기, 토너먼트 2경기에서와 마찬가지로 요르단전에서도 90분 내내 각자 따로 놀았습니다.
경기 뒤 믹스트존에서 손흥민은 "내가 앞으로 대표팀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면서 "감독님께서 저를 더 이상 생각 안 하실 수도 있고 앞으로의 미래는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대표팀 내 갈등이 이강인과 손흥민 사이에만 있었던 건 아니었던 걸로 보입니다.
대회 내내 선수들은 나이 별로 따로 노는 모습이었습니다.
훈련장에서 그룹을 지어 훈련할 때 선수들은 같은 무리끼리 어울렸습니다.
이강인·설영우·정우영·오현규(셀틱)·김지수(브렌트퍼드) 등 어린 선수들, 손흥민·김진수(전북)·김영권(울산)·이재성(마인츠) 등 고참급 선수들, 그리고 황희찬(울버햄프턴)·황인범(즈베즈다)·김민재(뮌헨) 등 1996년생들이 주축이 된 그룹이 각자 자기들끼리만 공을 주고받았습니다.
나이로만 분열된 게 아닙니다.
해외파, 국내파 사이에도 갈등이 있었던 걸로 보입니다.
토너먼트 경기를 앞둔 훈련에서 한 해외파 공격수가 자신에게 강하게 몸싸움을 걸어오는 국내파 수비수에게 불만을 품고 공을 강하게 차며 화풀이하는 장면이 취재진에 포착됐습니다.
지난해 11월 중국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원정 경기를 마친 뒤 손흥민, 김민재, 황희찬, 이강인 등 유럽파 선수들이 한국에 일찍 돌아가기 위해 사비로 전세기를 임대해 귀국하기도 했습니다.
원정 일정이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개인행동'을 한 셈입니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해에도, 올해 아시안컵에서도 아무것도 '정리'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대표팀은 '원팀'으로 뭉치기는커녕, '사분오열'된 채로 아시안컵에 임했습니다.
64년 만의 우승 목표는 애초 달성이 불가능했던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다 보니 선수들 심리 장악에 능하다는 게 클린스만 감독이 그나마 받던 긍정적인 평가였는데, 이 또한 무색해졌습니다.
#손흥민 #이강인 #축구 #클린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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